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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 건축가 건축환경연구소 광장제공, 사진가 김중만 작품


198 스피드론 6년 김수근 선생이 타계하기 얼마 전에야 나는 그의 병세가 위중한 것을 알았다. 그때까지 김 선생을 모시고 있던 사람들에게서 내가 들은 이야기는, 척추에 신경통이 심해졌다는 둥, 곧 괜찮아지실 거라는 등 축소 조작된 이야기뿐이었다.
한참 밖에서만 떠돌던 중병설이, 무심했던 나에게까지 알려진 것은, 때가 너무 늦어 곧 돌아가실 거라는 얘기 국민연금 연체료 가 거의 확실해졌을 때였다. 나는 좀 더 일찍 만났어야 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 텐데…



건축가 故 김수근 연합뉴스 자료사진


건축을 처음 시작했던 나에게 첫 6년 동안, 연체된 그리고 이후 거의 20년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고, 할 수 있는, 기억해 낼,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었겠는가.
문득 돌아가시기 몇 해 전 용평스키장에서, 밤에 선생과 둘이 앉아 오래 나눴던 담소를 떠올리고는 약간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슬펐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을 조금 더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되 연식 지 않은 것이 오히려 어떤 정해진 이치일는지.
그날 나는 병실 문 앞에 망연히 섰다. 문을 열고 들어서서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전혀, 정말 전혀, 떠오르지를 않았다.
병상에는 20년을 모셔 온 한결같은 비서가 있었다. 머릿속을 맴돌기만 하던 여러 생각이 무슨 언어로 돼 입 밖에 나와지지를 않는 것이었다. 위로를 은행 자동차 할부 할 것인가?
그래 뭐라고? 빠른 쾌유를 빈다고? 안녕히 가시라고?
김 선생은 윗몸을 약간 일으키고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나마 조금 마음이 놓였다. 그러고는 한참 만에야 평소에 보았던 그 매력 있던 눈웃음을,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나쁜 짓을 많이 했지."
그러면서 약간 장난스럽게 한쪽 눈을 윙크하듯이 찡긋하는 것이다. 마치 나를 위로라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뭐라고 대답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얼떨결에, 반사적으로 나온 말.
"좋은 것도 많이 하셨어요."
나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展을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서울역사박물관과 도코모모코리아가 공동주최하는 전시로, 한국의 근대건축가들을 세계에 소개하고, 한국근대건축의 가치를 새롭게 평가하고자 기획되었다. 사진은 일본 신사를 닮았다고 많은 논란을 가져왔지만 한국성의 본질을 생각게 한 건축가 김수근의 '국립부여박물관'(1967). 2013.6.9 > photo@yna.co.kr (끝)"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4/09/yonhap/20250409095630694gdmd.jpg" data-org-width="499" dmcf-mid="Qv0tx0iBHq"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4/09/yonhap/20250409095630694gdmd.jpg" width="658">

건축가 김수근의 '국립부여박물관' (서울=연합뉴스) 서울역사박물관은 오는 10일부터 7월 21일까지 1층 기획전시실에서 <개항, 전쟁 그리고 한국근대건축>展을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서울역사박물관과 도코모모코리아가 공동주최하는 전시로, 한국의 근대건축가들을 세계에 소개하고, 한국근대건축의 가치를 새롭게 평가하고자 기획되었다. 사진은 일본 신사를 닮았다고 많은 논란을 가져왔지만 한국성의 본질을 생각게 한 건축가 김수근의 '국립부여박물관'(1967). 2013.6.9 <><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 photo@yna.co.kr


씩 웃는 듯하던 그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지면서, 격심한 고통의 표정이 얼굴 전체에 역력했다. 나는 더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왔다.
그이가 말한 나쁜 짓이 무엇이었을까. 나는 아직 모르겠다.
아마도 나쁜 작품들 이야기였을까.
며칠 후에 들은 얘기로, 병원에서 더 이상 해 줄 것이 없어, 퇴원하고 청파동에 계신다는 것, 그 사이에 불광동 정의채 신부님께 영세한 이야기, 그리고 몇 사람이 가 뵙고 이야기도 조금씩 하고 왔다는 이야길 듣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냈다.
나는 함세웅 신부님께, 함께 가서 기도해 주시기를 청하여, 청파동에 모시고 갔다. 그날 우리는 고통을 덜어 주기를 바라는 기도를 같이했다.
김 선생이 돌아가신 후, 나는 도무지 그 일에 대해서 무슨 글을 쓰거나, 무얼 말할 수가 없었다. 그저 다른 사람이 많이 쓴 것을 읽고, 참 많은 사람이 그이를 아끼고 좋아했었구나, 그리고 그렇게도 많은 사람 모두가 자신이 고인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다고 느끼고 있는 것을 알고 놀라워했다.
처음에는 뭐라고 정리할 수가 없던 것이, 수십 년이 지나니까, 대체로 한 방향으로 정리가 되는 것 같다.
그이는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줬다. 한국 사람 모두에게, 그 많은 주변 사람 모두에게, 특히 한국에서 건축하는 모든 사람에게.
척박하고 비탈진 한국 땅에서, 그는 우리에게 설 자리를 마련해 줬다. 그는 그것을 희생과 봉사로 하지 않고, 자신을 높이고 돋보이면서, 동시에 즐겁게 했다.
회의할 때면 그의 반짝이는 기지와 날카로운 해학이 좌중을 압도했다. 그리하여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고, 그것을 건축계에 나누었다.
나는 그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준 만큼, 우리 모두 그에게 빚을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것이 그가 떠난 지 한참 지난 후 겨우 좀 정리된 나의 생각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그는 일을 벌이는 사람이었다. 언제, 누가, 어떻게, 뒤처리할는지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 역시 큰일을 할 사람은 이것저것 다 생각해서는 안 되는 거로구나고 생각하게 되는 것도 그가 떠난 후 깨달음이다.
그가 벌여 놓았던 일들을 조금이나마 마무리하겠다고 여러 사람이 모여서도, 그게 맘먹은 대로 안 되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 사람 그릇의 크기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것 또한 그가 떠난 후 나의 각성이다.
고인은 사후에도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고 있다. 이 역시 우리가 그에게 진 빚이다.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
▲ 독립기념관·코엑스·태백산맥기념관·국립국악당·통일연수원·남양주종합촬영소 등 설계. ▲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삼성문화재단 이사, 서울환경영화제 조직위원장 등 역임. ▲ 한국인권재단 후원회장 역임. ▲ 서울생태문화포럼 공동대표.
* 더 자세한 내용은 김원 건축가의 저서 '행복을 그리는 건축가', '꿈을 그리는 건축가', '못다 그린 건축가'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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