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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었다. 잠시 버스로 억울하게 얘기하고(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광주의 낮 최고 기온이 36도까지 치솟은 11일 오후 3시30분께 북구 용봉동 패션의 거리. 리어카·자전거에 폐지를 가득 실은 어르신들의 발길이 분주했다. 유독 이 거리에 폐지 줍는 어르신들이 몰리고 있다. 즐비하게 늘어선 의류 대리점에서 포장용 종이 박스가 매일 다량으로 배출되는 데다 길 건너 반경 1㎞ 이내에 고물상 골목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70대 후반 남성 A씨는 자동차가 빵빵거리며 A씨 옆을 빠르게 스치고 지나가는 위험한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로변에 붙어 유유히 지나갔다. 



광주의 낮 최고 기온이 섭씨 36도까지 치솟은 11일 오후 3시황금성게임랜드
30분께 북구 용봉동 패션의 거리. 자전거 짐칸에 폐지를 가득 실은 70대 후반의 한 어르신이 자동차가 빵빵거리며 옆을 빠르게 스치고 지나가는 위험한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로변에 붙어 유유히 지나가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폐지 모아 하루 4000원 손에…"안 하면 못 먹고 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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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짐칸에 폐지를 한가득 실은 A씨는 아스팔트 도로에서 올라오는 열기 탓에 정신이 없는 듯했다. 불볕더위가 힘에 부친 듯 열댓 걸음을 걷고는 잠시 멈춰서더니 낙타 등처럼 휘어진 허리를 펴고 하늘을 쳐다봤다. 
이곳에서 만난 최아무개(77·여)씨는 "타지에 사는 자식들이 말리지만 안 하면 못 먹고 사니까. 한 푼이라도 벌기 나스닥100
위해 나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누구를 원망하겠어요. 내 복인데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지."
최씨는 15여년째 폐지를 줍고 있다. 긴 세월에 손가락 마디마디는 구부러졌고, 무릎 등 등 온몸이 성한 곳이 없다. 한 발짝 움직이는 게 하루가 지날수록 벅차다. 하지만 당장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만 한다. 그는 "폐지 줍는 일도 점점 경쟁성인릴게임
이 치열해져서 쉴 시간을 아끼는 사람들이 많이 가져간다"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폐지 수집 어르신들의 고단함은 무더위 뿐만 아니다. 이들에게 차도 위 곡예운전은 일상이다. 꽉 찬 수레는 200kg 정도(수레 무게 70kg)에 달한다. 최단거리를 이용하기 위해 곧장 차도로 향하다가 차량들과 뒤엉키면서 운전자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기 일쑤다LG 주식
. 위험한 줄 알지만 당장 고를 수 있는 차선책이 없다. 
최씨가 4시간 넘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모은 폐지를 팔고 손에 쥔 돈은 4000원 남짓이다. 이날 오후 3시 30분께 그의 리어카에 실린 폐지는 50㎏ 정도로 보였다. 최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움직였는데 돈이 안 되는 것만 모아서 일한 값도 안 나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키보다 높이 모아야 100㎏은 모으는 건데, 여간 쉽지가 않다.
더구나 갈수록 떨어지는 폐지 값은 폭염 속 이들을 더 지치게 만든다. 한국환경공단 조사에 따르면 전국 평균 폐지(폐골판지) 가격은 2022년 6월 1㎏당 137원이었지만 3년 만에 35.3％ 하락해 지난달 88.7원이었다. 
광주 '폐지 노인' 600여명…'노인 빈곤'의 상징적 모습
'폐지 줍는 어르신'은 한국 노인 빈곤의 상징적 모습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폐지 1㎏당 가격은 80~100원으로 노인들이 하루 종일 100㎏을 줍는다고 해도 손에 돌아가는 돈은 겨우 8000원 남짓이다. 지난 2023년 보건복지부가 전수조사 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광주 616명, 전남 606명이 폐지를 줍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일주일에 6일, 하루에 5시간 넘게 폐지를 주워도 한 달에 고작 16만원을 손에 쥐었다.
빈곤 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의 건강도 위태롭다. B씨는 "이렇게 더운 오늘 같은 날엔 조금만 리어카를 끌어도 머리가 핑 돈다"며 인근 사무실 직원이 준 음료수를 들이 마셨다. 2023년 8월 광주에서는 폐지를 줍고 귀가한 60대 여성이 다음날 집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진 바 있다. 이 여성의 사망 당시 체온은 41.5도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3년 7월 전국 229개 시·군·구를 전수조사한 결과, 광주·전남지역에서 '폐지 수집'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이 12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일주일에 6일, 하루에 5시간 넘게 폐지를 주워도 한 달에 고작 16만원을 손에 쥐었다.



광주광역시청 전경 ⓒ광주시


광주시, 대체 일자리 제공…실효성은 "글쎄"
이와 관련 광주시는 폭염 속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에게 대체 일자리를 제공해 수입을 보장해주는 자원재생활동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무더위가 절정인 8월 한 달 동안 폐지 수집을 중단하는 노인들에게 광주시가 대체 일자리를 제공해 수입을 보장해준다. 지난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광주에는 600여명의 노인이 폐지를 수집하고 있다. 시는 이들 중 노인일자리 등 사회활동 지원사업에서 제외된 210여 명에게 대체 일자리를 제공한다. 사전 안전교육을 통해 폭염 기간에는 실내나 그늘에 재활용품 선별 등을 진행한다.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들에게는 20만원의 수당이 지급된다. 대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폐지 수집을 중단해야 한다. 시는 폐지 수집 노인들의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모자와 토시 등 보호용품 꾸러미도 지원했다.
정미경 광주시 자원순환과장은 "올해도 폐지 수집 어르신들의 건강하고 안전한 여름나기를 위해 촘촘히 살피겠다"며 "무엇보다 물, 그늘, 휴식이 곧 최고의 폭염 안전 수칙임을 꼭 기억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치열한 '자리싸움' 때문에 하루도 빠짐없이 관할구역(?)을 돌아야 하는 폐집 수집 어르신들에게 광주시의 대체 일자리 제공 정책이 얼마나 먹힐지는 미지수다. 
기본권 보장 사각지대…"지자체가 폐지 운반 대행해야"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고되고 팍팍한 삶이 애달프다. 요즘처럼 가만히 있어도 숨쉬기 힘든 더운 날씨에는 더욱 그렇다. 먹고 살려면 주어야만 한다.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그저 혹독한 하루하루를 잘 이겨내야 할 뿐이다. 그렇다면 폐지 줍는 어르신들만이 온전히 잘못한 것일까. 
경제적 생존을 위해 폭염 속 온열질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폭염과 추위, 안전 등을 위해 폐지 운반을 지자체가 대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쉽게 말해 동네마다 소규모로 구역을 정해서 이동 거점형 고물상을 행정 서비스로 운영하자는 것인데 광주시나 일선 구청에서 이 제안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모든 노동자들에게 보장돼야 하는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 그동안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게는 이 기본권 보장조차 쉽지 않았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여러 대안들을 열어 놓고 우리 사회가 다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