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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대선을 앞두고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비동의 강간죄 입법을 공약하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반대 뜻을 밝히면서다.
형법상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 한다. 폭행·협박 의미를 넓게 해석하는 방향으로 판례가 변화하곤 있지만, 현실에선 강요와 속임, 괴롭힘, 스카이저축은행 술과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의 경우 여전히 강간죄로 처벌이 쉽지 않다. 이에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여성단체에선 강간죄 성립 요건을 ‘상대방 동의 여부’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을 오랫동안 지속해왔다.
한동훈 후보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동연 후보의 공약을 다룬 기사를 공유하며 “‘비동의 강간죄’는 억울한 사람을 많이 만들 아시아나항공 수 있어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법무부 장관, 여당 대표로서 (비동의 강간죄에) 앞장서 반대해 온” 과거를 강조하기도 했다.
한 후보는 “지금 법으로도 (피해자의) 동의가 없으면 처벌받는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법적 구제를 받지 못하는 성폭력 피해 현실을 무시한 발언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난해 강간 피해를 상담 캐피탈회사 한 218명의 상담 일지를 분석한 결과 153명(70.2%) 사건은 폭행·협박 없이 발생했다.
한 후보는 또한 “수사와 재판 실무상 비동의 강간죄를 만들면 검사가 아니라 지목받은 사람이 (상대방) 동의가 있었음을 사실상 입증해야 할 텐데, 그 과정에서 억울한 사람이 정말 많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사의 범죄 사실 입증 책임이 피고 원리금균등분할상환 계산기 인에게 전가된다’는 주장은 법조계 일각에서도 제기되는 반대 논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 소속 최새얀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자 대리를 해본 경험상 우리 사법체계가 피해자 말을 무조건 들어주는 경우는 없기에, 비동의 강간죄가 도입된다고 해서 피고인에게 입증 책임이 전환되리라고 예상하긴 어렵다”고 했다.
서울 기숙사


지난해 말 성폭력 피해 당사자 등이 비동의 강간죄 개정을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2건을 제기했는데 모두 5만명 이상이 동의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국회전자청원 누리집 갈무리


최 변호사는 또한 한 후보가 페이스북에 “저는 제시카법(고위험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 가석방 없는 무기형 등 성범죄 엄벌을 지지합니다만 국가는 억울한 사람이 나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쓴 것에 대해 “일단 범죄로 인정되어야 ‘엄벌’도 할 수 있을 텐데 현재 수면유도제를 쓴 약물 성폭력 등은 폭행·협박 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소·유죄 판단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범죄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과 가해자를 엄벌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엄벌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했다.
224개 단체가 모인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에 속한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최란 부소장은 “한동훈 후보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사람이면서 유엔 등 국제사회 권고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18년부터 한국 정부에 폭행·협박을 강간죄 구성 요건으로 삼은 데 대한 우려를 표시하며 지난해 “자유롭고 자발적인 동의 결여를 기반으로 강간을 정의하도록 형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2021년 유엔 인권이사회는 강간에 대한 특별보고서를 채택하며 비동의 강간죄 입법을 위한 가이드를 모든 국가에 권고하기도 했다.
미국 일부 주와 영국, 독일, 스웨덴, 캐나다 등이 동의 여부를 강간죄 판단 기준으로 바꿨으며, 일본도 지난해 ‘강제 성교죄’(강간죄) 이름을 ‘부동의 성교죄’(비동의 강간죄)로 바꾸고 범죄 성립 사유를 대폭 확대했다. 국내에선 지난해 말 성폭력 피해자 등이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위한 형법 개정을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 2건을 제기했는데 모두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